1강. 자산 배분의 원리
위험은 줄이고 수익은 지키는 유일한 방법, 해리 마코위츠의 공짜 점심
금융 시장에서 유일하게 공짜로 주어지는 점심
주식 시장에서 손실의 위험은 절반으로 줄이면서, 수익은 오히려 더 안정적으로 끌어올리는 유일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서로 다른 자산을 섞는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돈을 더 벌려면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배웁니다. 하지만 금융 시장에서는 위험을 덜 치르고도 똑같은 결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원리를 수학으로 증명해 노벨 경제학상을 거머쥔 인물이 바로 해리 마코위츠입니다.
1952년, 당시 스물다섯 살의 대학원생이었던 마코위츠는 《포트폴리오 선택》이라는 단 15페이지짜리 논문 하나를 발표합니다. 그전까지 주식 시장은 온통 '어떤 개별 주식이 많이 오를까'만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마코위츠는 종목 하나하나를 찍는 대신, 성격이 다른 자산들을 묶었을 때 어떤 수학적 관계가 나타나는지를 인류 최초로 계산해 냈습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주식과 안전자산을 반반 섞으면 두 점을 잇는 일직선 딱 중간쯤에 위치해, 안전해지는 만큼 수익률도 절반으로 깎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안전해지려고 내 수익률을 깎아 먹기는 싫으니 자산을 섞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데이터를 넣어보면 생각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납니다. 두 자산을 섞은 궤적은 일직선이 아니라 왼쪽으로 볼록하게 휘어지는 포물선을 그립니다. 수익률은 생각했던 것보다 덜 깎이면서, 내가 감당해야 할 위험만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이 활처럼 휘어진 곡선을 '효율적 투자선'이라고 부릅니다.
비슷한 자산 vs 성격이 다른 자산의 궤적
이 원리가 작동하는 핵심 이유는 섞는 두 자산의 성격이 서로 다를수록 위험을 줄여주는 포물선이 왼쪽으로 훨씬 더 깊게 휘어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반반 섞는다면 어떨까요? 둘 다 똑같은 빅테크 기업이기 때문에 호황에는 같이 오르고 위기에는 같이 떨어집니다. 이런 조합은 포물선을 거의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반면 내가 S&P 500 수준의 위험만 감당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굳이 S&P 500 하나만 고집할 필요가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수익률이 더 높았던 나스닥 100을 담고, 거기에 주식과 반대로 움직이는 안전자산을 섞어주면 위험은 S&P 500보다 낮추면서도 수익률은 더 높은 이상적인 조합이 완성됩니다.
위기마다 계좌를 지켜주는 네 가지 방패
진짜 분산 효과를 얻으려면 주식 시장이 흔들릴 때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을 찾아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네 가지 자산이 각기 다른 국면에서 활약합니다.
경기가 얼어붙고 금융위기가 찾아오면 전 세계 자본은 안전한 미국 국채로 몰려듭니다. 주식 시장이 급락할 때 국채 가격이 오르면서 계좌 전체의 충격을 흡수해 주는 안전벨트가 되어줍니다.
물가가 오르고 화폐의 가치가 떨어질 때, 금은 아무도 함부로 찍어낼 수 없기 때문에 그 가치를 유지합니다. 국채마저 흔들리는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계좌를 방어하는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합니다.
모든 자산이 동시에 하락하는 극단적인 시장에서 현금은 계좌가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줍니다. 특히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의 화폐 달러는 위기 때마다 수요가 상승하며 다음 기회를 만듭니다.
화폐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디지털 금의 성격을 가집니다. 다만 기존 자산들에 비해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자산 전체를 맡기기보다는 소량만 투자하며 투자 전략을 보완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호황기에는 주식이 성장을 이끌고, 경기 침체에는 국채가 하락을 받아내며, 인플레이션에는 금과 비트코인이 화폐 가치를 방어하고, 현금은 다음 기회를 만듭니다.
나만의 황금 균형을 완성하는 법
방어형 밸런스 조합
S&P 500의 성장성을 중심에 두고 금과 미국 국채를 40% 섞어, 폭락장 최대 낙폭을 -31.4%에서 -19.1%로 대폭 낮춘 편안한 조합입니다.
* 2011년 ~ 2026년 기준 (월 20만 원 적립 · 연 1회 리밸런싱) 시뮬레이션 결과이며, 특정 종목이나 조합에 대한 추천이 아닙니다.
'나는 S&P 500의 출렁거림조차 불안하다' 싶은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S&P 500에 금과 국채를 넉넉하게 섞어주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경제위기가 찾아와도 흔들림이 적은 안전한 방어형 조합이 완성됩니다.
반대로 '나는 나스닥 100 수준의 높은 성장을 원하고 큰 변동성도 버틸 수 있다'는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나스닥 100을 중심에 두고 비트코인을 소량 더하면서 금과 국채로 안전장치를 거는 것입니다. 나스닥의 위험은 안전자산이 흡수해 주고 계좌의 성장은 비트코인이 크게 열어주게 됩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더 높은 수익을 원한다면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입니다. 하지만 자산을 섞는 순간 이 공식은 깨집니다. 추가적인 위험을 지지 않고도, 섞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손실 폭은 줄이고 수익의 효율은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오랜 격언의 본질은 단순히 종목의 개수를 늘리라는 뜻이 아닙니다. 시장이 흔들릴 때 서로의 빈틈을 메워주는 자산들로, 어떤 위기에도 무너지지 않는 계좌를 만드는 것입니다.
핵심 요약
- 1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해리 마코위츠는 성격이 다른 자산을 섞을 때 위험은 줄어들고 수익은 보존되는 '효율적 투자선'의 원리를 수학으로 증명했습니다.
- 2주식 시장이 흔들릴 때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네 가지 핵심 자산(미국 국채, 금, 달러 현금, 비트코인)은 각기 다른 경제 위기에서 계좌를 지켜주는 든든한 방패가 됩니다.
- 3내가 원하는 목표가 무엇이든, 그것보다 더 공격적인 자산과 더 수비적인 자산을 짝지어 나만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자산 배분의 본질입니다.